합정동 ‘휘호 자개 나전칠기’ 홍현아 대표의 ‘자개와 옻칠로 그리는 한국의 미’

외국인도 반한 K-컬처 공예, 나전칠기 체험 열풍

▲ 홍현아 대표 (사진 = 휘호 자개 나전칠기)

 

서울 마포구 합정동, 젊은 예술가와 독특한 문화 공간이 어우러진 거리 한복판에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방이 있다. 바로 ‘휘호 자개 나전칠기’. 기자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한국 전통 공예의 정수라 불리는 나전칠기가 오늘날 어떻게 계승되고, 또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며 K-컬처의 또 다른 얼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 공방을 운영하는 이는 홍현아 대표로, 그녀는 나전칠기를 단순한 공예 체험이 아닌 ‘스토리가 담긴 문화 예술’로 풀어내고 있었다.

 

▲ 사진 = 휘호 자개 나전칠기

 

홍 대표는 “나전칠기는 자개와 옻칠이 결합된 전통 공예를 의미해요. 단순히 자개 장식만을 붙인 것은 나전칠기라 부를 수 없고, 반드시 옻칠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되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개를 단순한 장식 조각으로만 이해하지만, 사실 전복이나 조개 껍질의 안쪽 부분을 가공해 빛을 머금은 장식으로 탄생시키는 과정부터가 하나의 예술이다. 옻칠 역시 단순한 칠이 아니라 옻나무 수액을 정제해 수차례 덧바르는 고난도의 작업으로, 이 두 요소가 만나야만 진정한 나전칠기가 완성된다.

 

▲ 자개 작업중인 홍현아 대표 (사진 = 휘호 자개 나전칠기)

 

공방에서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이 전통 공예를 원데이 클래스와 정규반 형태로 알리고 있다.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작은 장식품이나 소품을 직접 만들어 갈 수 있는데, 이는 섬세한 모든 과정을 담을 수는 없지만 짧은 시간 안에 나전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해준다. “작은 소품 하나를 만드는 데도 손님에 따라 1시간 만에 끝내는 분도 있지만, 섬세하게 하시는 분은 3시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외국인 손님들도 많고 개인차가 크지만, 그만큼 몰입도가 높은 작업이죠.”

 

▲ 자개 컷팅작업 & 옻칠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과정 (사진 = 휘호 자개 나전칠기)

 

정규 과정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옻칠과 자개 가공, 전통 기법 등을 배우게 된다. 실제로 수료 후 개인 공방을 차리거나 본업의 공예에 접목하는 수강생도 있다. 홍 대표 자신도 국가자격증인 ‘국가유산 수리 기능자(칠공)’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경복궁 같은 국가 유산을 복원하는 현장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전문가임을 의미한다. 전통을 보존하는 책임과 함께, 공예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사진 = 휘호 자개 나전칠기 작품

 

그녀가 나전칠기의 세계에 들어선 배경은 의외였다. “원래는 전혀 다른 일을 오래 했습니다. 직장생활도 경험하고 내 사업을 진행해보기도 했는데, 어릴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했던 기억이 계속 남아 있었죠. 그러다 K-컬처가 해외에서 각광받고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나도 이걸 직업으로 삼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워보니 너무 재미있고 제 적성과도 잘 맞더라고요.”

 

▲ 사진 = 휘호 자개 나전칠기

 

실제로 공방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방문한다. 여행 온 외국인들이 기념품을 만들거나, 유학생이 귀국 선물로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박물관에서 본 한국 민화를 그대로 나전칠기로 재현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어요. 외국분들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한국 전통 공예를 좋아해 주시는 걸 보며 늘 뿌듯합니다.” 홍 대표는 또 최근 영화·광고 소품 제작 의뢰도 꾸준히 받고 있다. 특히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버터플라이>에 그녀의 작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세계 무대에 한국 전통 공예가 비친다는 사실만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 정규반 클래스 (사진 = 휘호 자개 나전칠기)

 

이 공방만의 차별화된 장점은 접근성과 국제성에 있다. 핫플레이스인 ‘홍대’라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이 쉽게 찾을 수 있고, 홍 대표는 영어로도 수업진행이 가능해서 문화 장벽도 없다. 또한 단순한 전통 계승을 넘어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한 작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요즘 젊은 분들은 장롱이나 대형 가구보다는 키체인, 손거울 같은 작은 소품을 선호해요. 자기 이야기를 담아 악세서리로 지니고 다닐 수 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끼죠.”

 

▲ 정규반 클래스 (사진 = 휘호 자개 나전칠기)

 

한국 나전칠기의 국제적 독창성도 그녀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옻칠 공예 자체는 중국·일본·베트남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 존재하지만, 자개를 이용해 섬세한 그림을 그리듯 이야기를 담아내는 기법은 한국만의 독창적 미학이라고 한다. 심청전, 흥부전 같은 전래 동화의 스토리를 작품 속에 새겨 넣는 것 역시 우리나라만의 방식이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큰 가구 하나를 완성하면 금액이 억대에 이를 정도로 고가가 되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는 예술이에요.”

 

▲ 정규반 클래스 (사진 = 휘호 자개 나전칠기)

 

현재 그녀는 오프라인 수업에 더해 온라인 강의와 DIY 키트 개발도 추진 중이다. “꼭 공방에 오지 않아도 집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형태를 준비하고 있어요. 향후 해외 전시도 열어 한국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오브제로 알리고 싶습니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는 젊은 작가들과 함께 준비 중인 사단법인 <한국옻칠나전협회>가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홍 대표는 이미 협회의 상임이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향후 협회 차원에서 전문 교육 과정과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이 전개될 전망이다.

 

▲ 외국인 원데이 클래스 (사진 = 휘호 자개 나전칠기)

 

그녀는 전통문화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문화예술계에 대한 정부지원이 많이 축소되면서 다소 주춤한 상황입니다. 나전칠기를 정규 과정으로 배울 수 있는 기관도 전국에 몇 곳 안 남았어요.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은데 기회가 적은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전통 공예 교육과 지원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 사진 = 휘호 자개 나전칠기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진심 어린 것이었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많이들 알고 찾아주셔서 뿌듯해요. 한국 전통 공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계속 새로운 디자인과 시도,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 사진 = 휘호 자개 나전칠기

 

짧은 취재 시간이었지만, 기자는 홍현아 대표가 단순히 아티스트에 그치지 않고 ‘전통과 현대, 한국과 세계를 잇는 전도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녀가 보여주는 진정성은 작품뿐만 아니라 인터뷰 내내 묻어났다. 앞으로 온라인 수업, 해외 전시, 협회 활동 등 다양한 계획이 현실화 된다면, 나전칠기는 분명 K-컬처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전통 공예의 빛이 합정동 작은 공방에서 다시금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현장을 직접 보고 나온 기자의 마음도 그 빛처럼 환하게 밝아졌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hwihocraft/#

작성 2025.09.04 21:22 수정 2025.09.0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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