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노후주택 고친 청년봉사단…8박 9일이 남긴 따뜻한 변화

2026 제13기 필리핀 가톨릭 청년해외봉사단, 노후주택 3채 보수와 어린이 교육·운동회 진행

비와 더위 속 집수리부터 축성식까지…현지 주민과 함께 만든 8박 9일의 기록

박호진 아우구스티노 “주고 온 것보다 받고 돌아온 마음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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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제13기 필리핀 가톨릭 청년해외봉사단은 8월 1일부터 9일까지 현지에서 노후주택 3채 보수와 어린이 교육·운동회 등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박호진 아우구스티노 씨는 집수리와 현지 교류, 축성식과 미사를 통해 “주고 온 것보다 받은 마음이 더 컸다”며 8박 9일의 여정을 돌아봤다.

2026년 제13기 필리핀 가톨릭 청년해외봉사단과 현지 관계자들이 봉사활동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사단은 8월 1일부터 9일까지 필리핀에서 활동했다.
2026년 제13기 필리핀 가톨릭 청년해외봉사단과 현지 관계자들이 봉사활동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사단은 8월 1일부터 9일까지 필리핀에서 활동했다.

 

주보 한 장에서 시작된 8박 9일

박 씨가 해외봉사단 모집 공고를 발견한 것은 지난 6월이었다. 학창 시절 봉사활동을 경험했던 그는 이후에도 언젠가는 다시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직장 생활과 일상 속에서 직접 시간을 내 봉사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회사 생활을 일단락하고 잠시 쉬던 시기에 성당 주보에서 ‘청년 해외봉사단’ 모집 안내를 발견했다. 문제는 ‘청년’이라는 이름이었다. 자신의 나이에도 참가할 수 있을지 망설였지만 문의 결과 별도의 연령 제한이 없다는 답을 받았다. 박 씨는 곧바로 참가를 결정했다. 7월 초 봉사단 카카오톡 단체방이 만들어지고 항공편 안내가 전달되면서 준비는 본격화됐다. 사전 모임에서는 이번 봉사의 핵심 활동이 현지 주민들의 노후주택을 보수하는 일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미국 유학 당시 한글을 가르쳤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분야에 지원했던 그는 교육팀장을 맡아 집수리 후 진행될 어린이 한글교육과 운동회 프로그램 준비에도 참여했다.

 

필리핀에 도착하자 시작된 또 하나의 역할

8월 1일 봉사단은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박 씨는 현지 도착 직후 단장의 요청으로 통역과 현지 연락 업무까지 맡게 됐다. 참가자와 현지 관계자 사이에서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며 봉사 일정 전반을 돕는 역할이었다. 둘째 날에는 현지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시장을 찾아 식료품과 집수리에 필요한 도구를 준비했다. 박 씨에게 현지 성당에서 드린 미사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에서 멀어져 있던 그는 어린 시절 한국에서 참석했던 미사와 미국 유학 시절의 미사, 그리고 필리핀에서의 미사를 떠올리며 잊고 지냈던 신앙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과연 사흘 안에 고칠 수 있을까”

본격적인 현장 준비에 들어간 것은 일정 셋째 날부터였다. 봉사단이 수리해야 할 집은 모두 3채였다. 봉사단은 현지 목수들과 함께 각각의 집을 둘러본 뒤 필요한 목재와 건축자재를 파악하고 구매에 나섰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예상보다 열악했다. 특히 박 씨가 속한 조가 맡은 집은 생활용품과 각종 물건이 좁은 공간에 가득 쌓여 있어 수리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집 안을 정리하는 것부터 필요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지붕과 바닥 등을 수리해야 했던 만큼 현장에 도착한 봉사단에게 가장 먼저 주어진 일은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봉사단원들이 집수리에 앞서 각종 생활용품과 물건으로 가득한 현장을 정리하며 작업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봉사단원들이 집수리에 앞서 각종 생활용품과 물건으로 가득한 현장을 정리하며 작업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지붕을 뜯고, 바닥을 고치고

이후 사흘 동안 본격적인 집수리 작업이 이어졌다. 첫날 봉사단은 현장 정리를 마친 뒤 낡은 지붕을 철거하고 목조 구조물을 보강하기 시작했다. 좁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작업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일부 인원은 현장에서 목수들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집에 설치할 가족 명패와 십자가를 만드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필리핀 현지 주택에서 봉사단원들이 목재를 옮기며 주택 보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둘째 날에는 시멘트가 도착하면서 바닥 공사와 지붕 작업이 동시에 진행됐다. 하지만 오후 들어 강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붕 작업은 중단됐고 바닥 작업도 계획대로 진행하기 어려웠다. 새 문을 구입하거나 제작할 시간과 예산도 부족해 문 보수를 포기해야 할 상황까지 왔지만, 다행히 집주인이 미리 마련해둔 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집수리는 사람의 손만으로 진행되는 일이 아니었다. 현지 목수와 주민, 한국에서 온 봉사단이 서로 상황을 맞추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한 채의 집을 함께 완성해가는 과정이었다.

 

“내일까지 꼭 끝내주세요”

집수리 마지막 날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급해졌다. 완공 후 축성식까지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 작업을 마쳐야 했다. 박 씨가 당시 현지 목수들에게 가장 자주 했던 말도 “내일까지 꼭 끝내주세요”였다고 한다. 그러나 전날 내린 비 때문에 걱정하며 다시 찾은 현장에서는 예상 밖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지 봉사자들과 목수들이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비가림막을 설치하고 늦은 시간까지 작업을 이어간 덕분에 공사는 상당 부분 진척돼 있었다.

 

2026 제13기 플리핀 가콜릭 청년해외봉사단 기념사진
2026 제13기 플리핀 가콜릭 청년해외봉사단 기념사진

 

집수리와 함께 열린 아이들의 운동회

집수리 작업이 한창이던 기간에는 현지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운동회도 진행됐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어린이가 현장을 찾았다. 준비한 간식이 부족할 정도였고 프로그램 시간도 빠듯해졌지만 봉사단원들은 현장에서 역할을 조정하며 행사를 이어갔다. 아이들과 한국 봉사단원 사이에는 언어의 장벽이 있었지만 함께 그림을 그리고 몸을 움직이며 웃는 데에는 통역이 필요하지 않았다.

 

봉사단이 마련한 교육·운동회 프로그램에 참여한 필리핀 어린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예상보다 많은 아이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를 마친 뒤 다시 집수리 현장으로 돌아온 봉사단은 마침내 완성된 집을 확인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수리가 가능할지 걱정했던 공간이 사람들의 손을 거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집마다 달린 이름과 십자가

봉사단은 각 조가 만든 가족 명패와 십자가를 수리를 마친 집에 설치했다. 신부와 봉사단원들이 함께 집을 찾아 축성식도 진행했다.

 

집수리를 마친 주택 앞에서 봉사단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입문 위에는 주민 가족을 위해 제작한 명패가 설치돼 있다.
집수리를 마친 주택 앞에서 봉사단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입문 위에는 주민 가족을 위해 제작한 명패가 설치돼 있다.

 

다른 조가 수리한 집을 차례로 둘러보면서 참가자들은 비로소 자신들뿐 아니라 다른 팀들도 비와 더위, 낯선 작업환경 속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서로 다른 현장에서 흘렸던 땀이 축성식이라는 하나의 순간으로 모였다.

 

봉사 끝에서 다시 마주한 신앙

박 씨에게 축성식이 열린 날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는 축성식에 앞서 신부와 면담하고 고해성사를 했다. 오랫동안 이어졌던 냉담 기간을 지나 다시 성체를 모신 것도 이번 봉사기간이었다. 출국 초기 현지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면서도 성체를 모시지 않았던 그가, 봉사활동을 마칠 무렵 다시 신앙 안으로 한 발 들어선 것이다. 박 씨는 이 시간을 봉사활동의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 중 하나로 기억했다.

 

집수리를 마친 현지 주택에서 신부와 봉사단원들이 축성식에 참여하고 있다.
집수리를 마친 현지 주택에서 신부와 봉사단원들이 축성식에 참여하고 있다.

 

“주고 온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았다”

8박 9일 동안 계획대로 진행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비가 내렸고, 예상보다 많은 아이들이 찾아왔으며, 공사는 생각보다 늦어졌다. 현지에서는 계획보다 순간적인 판단과 협력이 더 필요한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그런 변수가 오히려 참가자들을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마지막 모임에서는 참가 청년들의 부모들이 보낸 편지와 영상편지도 공개됐다. 참가자들은 함께 울고 웃으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귀국길에 오른 박 씨는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가벼웠다고 했다. 그는 이번 경험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곳에서 주고 온 것보다 받고 돌아온 마음이 훨씬 더 컸습니다.” 우연히 성당 주보에서 발견한 한 줄의 모집 공고로 시작된 8박 9일. 낡은 지붕과 바닥을 고치기 위해 떠났던 봉사에서 그는 사람을 만났고, 오래 잊고 있던 봉사의 마음을 다시 만났으며, 자신의 신앙과도 다시 마주했다. 누군가의 집을 고치러 떠난 여행은 그렇게 자신의 마음 한편을 다시 세우는 시간이 됐다.

 

봉사활동을 마친 한국 봉사단과 현지 관계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마친 한국 봉사단과 현지 관계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자료·사진 제공 = 박호진 아우구스티노 / 제13기 필리핀 가톨릭 청년해외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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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8.25 10:32 수정 2026.08.2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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