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남구 청담동 '정성비스포크' 이승민 대표 |
서울 강남구 청담동은 패션과 뷰티,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손꼽힌다. 그만큼 수많은 브랜드와 전문 매장이 경쟁하는 곳이지만, 맞춤정장 분야에서 자신의 이름과 철학을 오롯이 옷에 담아내며 천천히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가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정성비스포크다.
8년째 정성비스포크를 이끌고 있는 이승민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화려한 브랜드 이미지나 공격적인 마케팅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경쟁력은 의외로 단순하다. 좋은 원단과 부자재, 정교한 제작 과정, 그리고 고객에게 부끄럽지 않은 한 벌을 만드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정성비스포크를 “웨딩 예복을 비롯해 비즈니스 수트, 코트, 셔츠 등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필요한 옷을 맞춤 제작하는 비스포크 하우스”라고 소개한다. 특히 결혼을 준비하는 고객뿐 아니라 평소 정장을 즐겨 입는 사람, 자신에게 정확하게 맞는 옷을 찾는 사람까지 고객층을 넓혀가며 맞춤정장의 가치를 일상 속에서 전달하고 있다.
▲ 사진 = 정성비스포크 |
‘정성’이라는 이름에 담은 가장 솔직한 브랜드 철학
정성비스포크라는 이름은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어 브랜드명과는 결이 다르다. 이탈리아 도시 이름이나 영어 단어를 활용하는 방식도 고민했지만, 이 대표가 선택한 것은 가장 한국적이고 직관적인 단어인 ‘정성’이었다.
그는 브랜드 이름을 정한 배경에 대해 “억지스럽고 인위적인 느낌보다는 우리말로 진심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정성을 다한다’는 의미 그대로 정성비스포크라는 이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브랜드 이름이 단순한 상호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업무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정성이라는 이름을 쓰다 보니 정말 대충 할 수가 없게 된다”며 “귀찮아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한 번 더 챙겨보게 되고, 조금 더 신경 쓰게 되는 것이 오히려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정성은 추상적인 마케팅 문구가 아니다. 한 벌의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작은 부분 하나까지 확인하는 태도이며, 고객에게 결과물을 내놓았을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한 기준이다.
![]() ▲ 사진 = 정성비스포크 |
“유니크하지 않지만 뻔하지 않은 옷”
정성비스포크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평범한 기성복과 같은 느낌도 아니다.
이승민 대표는 자신의 옷을 두고 “유니크하지는 않지만 뻔한 옷은 아니다”라고 표현한다. 그 중심에는 ‘기본’이 있다.
유행하는 디자인을 무조건 좇기보다 기본적인 실루엣과 균형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그 안에서 착용자의 체형과 분위기를 살리는 방식이다. 그래서 정성비스포크의 옷은 처음에는 무난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입었을 때 가볍지 않은 분위기와 품격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대표가 추구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어색하지 않은 옷이다. 5년 전, 10년 전에 제작한 정장을 다시 꺼내 입었을 때도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이 아니라 여전히 자연스럽고 세련된 모습으로 남는 옷이다.
그는 “유행보다 오래가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정성비스포크의 정장을 입었을 때 누구나 가볍게 보이지 않고, 조금 고풍스럽지만 표현하기 어려운 품격과 품위를 느낄 수 있는 실루엣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 ▲ 사진 = 정성비스포크 |
사람의 몸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비스포크
맞춤정장의 가장 큰 차이는 단순히 치수를 재서 옷을 제작하는 데 있지 않다. 정성비스포크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고객의 몸과 생활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사람의 신체는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곡선과 입체로 이루어져 있다. 정성비스포크는 이러한 신체의 특성을 옷의 패턴과 제작 과정에 반영해 자연스러운 입체감과 여유를 만들어낸다.
이승민 대표는 “인체는 곡선과 입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옷에도 그 입체감이 제대로 들어가야 한다”며 “같은 원단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패턴을 만들고 제작하느냐에 따라 완성된 옷의 모양과 색감, 무게감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고객의 체형을 파악하는 첫 단계부터 상당한 비중을 둔다. 단순히 가슴둘레와 허리둘레 같은 숫자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체형의 특징과 평소 활동량, 옷을 입는 습관, 원하는 스타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실제로 맞춤정장을 처음 접하는 고객 가운데는 자신에게 어떤 스타일이 어울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때 테일러의 역할은 고객에게 특정 스타일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성향과 체형을 파악한 뒤 가능한 선택지를 보여주고 함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 사진 = 정성비스포크 |
핏보다 먼저 ‘편안함’을 생각하다
정성비스포크가 체형별 맞춤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의외로 ‘편안함’이다.
아무리 멋진 실루엣을 가진 옷이라도 착용자가 불편하다면 결국 옷장 속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옷은 편하지 않으면 손이 가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입고 있어야 하는 정장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입고 있다가 벗었을 때 ‘편하다’는 느낌이 들어야 제대로 된 옷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원칙 아래 정성비스포크는 필요한 여유량을 충분히 확보하면서도 외관상으로는 슬림하고 정돈된 실루엣을 구현하는 데 집중한다.
겉으로는 몸에 맞게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착용감은 지나치게 조이지 않는 것이 목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패턴과 제작 과정의 정교함이다.
고객의 취향과 테일러의 전문성을 조율하다
맞춤정장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과 테일러가 판단하는 최적의 스타일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다.
정성비스포크는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두면서도 단순히 고객이 원하는 대로만 제작하지는 않는다. 고객의 요구를 충분히 듣고, 그 선택이 착용자의 체형이나 전체적인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고객이 구체적인 사진이나 레퍼런스를 가져왔을 경우에는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적극적으로 구현한다. 반대로 구체적인 기준 없이 막연하게 특정 스타일을 원하는 경우에는 그 스타일의 장단점과 예상되는 결과를 설명한 뒤 함께 방향을 결정한다.
이 대표는 “결국 고객이 옷을 입었을 때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본인이 마음에 들어야 누구 앞에 서더라도 자신 있게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접근은 맞춤정장을 처음 경험하는 고객에게 더욱 중요하다. 수천 명의 고객을 직접 만나 제작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설명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자신의 경험을 믿고 따라와 달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 사진 = 정성비스포크 작업 모습 |
사회초년생에게는 ‘과하지 않게, 그러나 가볍지 않게’
정장을 처음 구입하는 사회초년생에게도 이 대표는 기본에 충실한 스타일을 권한다.
너무 유행을 타거나 과도하게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되, 첫인상에서 가볍게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컬러 선택에서는 네이비를 비롯해 그레이와 블랙 등을 개인의 이미지와 성향에 따라 제안한다.
이 대표는 “사회초년생이라면 깔끔하면서도 인상이 좋아 보이는 네이비가 무난하다”며 “처음부터 과하게 멋을 내기보다는 자신의 나이와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빠른 생산보다 완성도를 선택하다
정성비스포크의 제작 기간은 일반적인 맞춤정장보다 여유 있게 잡혀 있다. 기본적으로 약 8주를 최소 기간으로 보고 있으며, 성수기에는 3개월 정도가 소요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제작이 느려서가 아니다. 자체적인 제작 시스템을 통해 한 벌 한 벌 완성도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저희는 외주로 대량 제작을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제작할 수 있는 물량이 정해져 있다”며 “물량이 많아지면 사업적으로는 좋을 수 있지만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은 물량보다 완성도를 우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맞춤정장이라는 업의 특성상 사람의 손길이 들어가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맞춤정장을 ‘감성의 영역’이라고 표현했다. 아주 작은 차이 하나가 옷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 ▲ 사진 = 정성비스포크 |
“조금 덜 남더라도 좋은 것을 사용하고 싶다”
정성비스포크의 품질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은 원단과 부자재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이 대표는 사업적인 이익만 생각한다면 더 저렴한 원단이나 부자재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직접 입고 싶지 않은 수준의 옷을 고객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제가 입기 싫은 옷을 고객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는 없습니다.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고객이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상담할 때 했던 이야기가 2년, 3년, 4년이 지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그가 완성된 옷을 고객에게 전달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만족도가 더 커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성비스포크가 지향하는 품질은 처음 옷을 입었을 때의 만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옷이다.
웨딩에서 시작해 인생의 순간마다 다시 만나는 고객
맞춤정장은 한 번의 구매로 끝나는 상품이 아니다. 특히 웨딩 예복으로 처음 인연을 맺은 고객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결혼식 이후 자녀의 돌잔치, 가족 행사, 새로운 직장이나 비즈니스 활동을 위한 정장을 다시 맞추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승민 대표에게 이러한 재방문은 단순한 매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결혼할 때 처음 오셨던 분들이 아이가 태어나고, 또 다른 행사가 있을 때 다시 찾아오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좋은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저에게는 굉장히 감사한 일입니다.”
한 벌의 옷을 통해 시작된 관계가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로 이어지는 것. 이것이 이 대표가 생각하는 맞춤정장 업의 또 다른 가치다.
![]() ▲ 사진 = 정성비스포크 |
“대단하지 않아도 가볍지 않은 브랜드로 오래가고 싶다”
8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온 정성비스포크의 다음 목표 역시 빠른 성장보다는 꾸준한 성장에 가깝다.
이 대표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정직한 브랜드’라고 표현한다. 화려하게 반짝였다가 사라지는 브랜드보다 오랜 시간 잔잔하게 고객의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대단하지는 않지만 가볍지 않은 브랜드가 가장 좋은 것 같다”며 “그런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비스포크의 공간 역시 이러한 철학을 닮았다. 화려함을 앞세우기보다 고객과 직원 모두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진지하게 한 벌의 옷을 만들어가는 공간을 지향한다.
“좋은 정장을 원한다면 한 번쯤 제대로 경험해 보길”
이승민 대표는 맞춤정장을 고민하는 고객들에게 단순히 비싼 옷을 선택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 안에서 가능한 가장 좋은 경험을 해보라고 말한다.
“무조건 비싼 옷을 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예산 안에서 가장 좋은 원단과 공정을 선택해 제대로 된 맞춤정장을 한 번 경험해보셨으면 합니다.”
그 이유는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기성복과 맞춤복의 차이는 단순히 치수의 차이에만 있지 않다. 자신에게 맞는 패턴과 실루엣, 원단의 질감, 움직임에 따른 편안함, 그리고 한 사람을 위해 제작된 옷을 입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까지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는 “한 번 제대로 경험해 보면 그다음부터는 자신이 원하는 품질과 기준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된다”며 “가성비만 생각하다 보면 오히려 자신이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영역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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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벌의 정장에 담긴 ‘정성’, 그리고 오래가는 신뢰
정성비스포크 이승민 대표가 이야기하는 맞춤정장은 단순히 몸에 맞는 옷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고객의 체형을 이해하고, 취향을 듣고, 생활방식을 살피고, 때로는 고객이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주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의 마지막에는 ‘시간이 지나도 부끄럽지 않은 옷’이라는 기준이 자리한다.
청담이라는 패션의 중심에서 정성비스포크가 선택한 길은 빠른 유행이나 과장된 브랜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다. 한 벌의 옷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필요한 부분에는 한 번 더 손을 대며, 조금 덜 남더라도 더 좋은 것을 선택하는 길이다.
이 대표는 “정성비스포크라는 브랜드를 알아봐 주시고 방문해 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며 “정장을 제대로 된 옷으로 한 번 경험해 보고 싶다면 부담 갖지 말고 매장에 와서 재킷을 한두 번 걸쳐보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결국 좋은 맞춤정장은 옷장 속에 오래 남는 옷이 아니라,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시 손이 가는 옷일 것이다. 그리고 그 옷을 입었을 때 ‘잘 맞는다’는 감각을 넘어 ‘나답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하는 것. 정성비스포크가 청담동에서 8년째 지켜온 비스포크의 본질은 바로 그 지점에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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