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렴이라고 하면 흔히 금품수수나 부정청탁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실제 업무에서는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사적 관계가 판단에 영향을 미치거나, 권한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를 늦추는 행위 역시 공정한 직무수행을 훼손할 수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광명융합기술교육원 교직원을 대상으로 2일 교육원 대강당에서 진행된 청렴교육은 바로 이 지점에 초점을 맞췄다. 교육은 법정교육연구소 김범일 대표가 맡았으며, 청렴을 개인의 도덕성보다 업무 과정에서 기준과 절차를 얼마나 공정하게 지키는가의 문제로 풀어냈다.
금품수수만 피하면 청렴한가
교육자료는 청렴과 반부패를 구분해 설명했다. 반부패가 법과 제도를 통해 금지행위와 의무를 정하는 영역이라면, 청렴은 그 최소 기준을 넘어 스스로 공정한 판단 기준을 세우고 실천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청렴의 범위는 훨씬 넓어진다. 실제 교육자료에는 사적 이해관계자 신고, 직무관련자와의 거래 신고, 가족채용 제한, 수의계약 체결 제한, 직무관련 외부활동 제한, 공용물의 사적 사용 금지, 직무상 비밀 이용 금지 등이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으로 제시됐다.
‘공적인 것’을 사적으로 쓰는 순간 기준은 흔들린다
공공기관 소유나 임차 물품·차량·시설 등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제3자가 사용하도록 하는 행위 역시 청렴과 연결된다.
청렴이 거액의 금품이나 대형 비리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 자원과 권한을 어디까지 공적인 것으로 구분해 사용하는가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의미다.
작아 보이는 편의와 예외가 반복되면 조직 안에서는 ‘이 정도는 괜찮다’는 기준이 생기기 쉽다. 청렴교육이 일상의 작은 판단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무 지연과 부당한 요구도 ‘청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교육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지점은 직무상 갑질을 청렴의 관점에서 다뤘다는 점이다.
업무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나 요구, 계약상 의무나 비용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행위,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처리를 지연하는 행위,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가 없는 일을 요구하는 행위 등이 구체적인 점검 대상으로 제시됐다.
이는 청렴을 단순히 ‘부패하지 않는 사람’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조직 안에서 권한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떠넘기지는 않는지, 개인의 편의를 위해 절차를 바꾸지는 않는지 역시 조직의 공정성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권한이 클수록 ‘왜 그렇게 했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공공기관 종사자에게는 그래서 “금품을 받았는가”만큼이나 “내 권한을 정당한 목적과 절차 안에서 사용하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교육기관에서는 인사·계약·교육지원·행정 등 여러 업무에서 재량과 판단이 개입된다. 같은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 예외를 허용했다면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지, 사적인 관계가 판단에 끼어들지는 않았는지가 청렴의 실질적인 기준이 된다.
청탁금지법보다 더 넓어진 ‘공정한 직무’의 기준
교육에서는 청탁금지법, 이해충돌방지법, 공공재정환수법, 공익신고자 보호법도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4개의 법률’로 묶어 다뤘다.
이 가운데 이해충돌방지 제도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실제 부정한 결과가 발생한 뒤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사적 이해관계가 공적인 판단에 개입할 가능성 자체를 신고·회피·제한하는 방식으로 미리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신고자 보호와 공공재정 환수 역시 같은 방향에 놓여 있다. 조직의 신뢰는 개인에게 청렴을 요구하는 것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정한 이익을 되돌리고 문제를 알린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때 유지될 수 있다.
청렴은 결국 ‘관계보다 기준’을 선택하는 일
광명융합기술교육원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이번 교육의 의미는 청렴을 ‘문제가 될 일을 하지 않는 것’에 한정하지 않은 데 있다. 관계보다 기준을 앞세우고, 권한보다 절차를 먼저 확인하며, 이해관계가 생겼을 때 숨기지 않고 관리하는 업무방식 자체가 청렴이라는 것이다.
공공기관과 교육기관에서 청렴을 점검할 때도 이제는 금품수수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사적 이해관계는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업무 권한이 공정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조직 안에서 문제를 말할 수 있는 절차가 작동하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