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관(刑官)의 가을, 10월의 찬물

형관(刑官)의 가을, 10월의 찬물

 

구양수는 「추성부(秋聲賦)」에서


“夫秋,刑官也.”


가을은 형관(刑官)이라 했다.

 

봄과 여름이 만물을 기르는 계절이라면, 가을은 잎을 떨어뜨리고 거둬들이는 계절이다. 그 서슬 퍼런 숙살(肅殺)의 기운이 두려운 것은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이다. 가을바람은 누구의 낯빛도 살피지 않는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가을을 천지의 의기(義氣)라 불렀다. 형벌을 맡은 자리는 본래 그래야 한다.


10월 2일 오늘, 중대범죄수사청이 문을 연다. 검찰청 폐지와 함께 수사·기소 분리 체계가 시행되는 첫날이다.

가을의 형관이라 불릴 만한 기관이 생기는 날이다. 그리고 그 첫 수장이 누구냐는 것은 이 기관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낙점한 사람은 김지용 변호사다. 이력은 화려하다. 대구지검 특수부장, 대검 감찰1과장, 대검 형사부장을 지냈다. 그러나 이력이 화려한 것과 검찰개혁의 상징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2020년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의 직무집행정지를 명했을 때 재고를 촉구하는 17명 검사장 성명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다. 대검 형사부장 시절에는 검찰 수사권 조정에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입장을 낸 사람이기도 하다. 개혁을 막아서던 쪽의 인사에게 개혁기관의 첫 간판을 맡기는 것이다.

 

이 인선 앞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박은정 의원이다. 박 의원은 검사 출신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지명되던 때부터 검찰 안에서 그의 행보를 비판해 온 사람이다. 검찰이라는 조직의 속내를 안에서 보고, 그 대가를 치르면서도 입을 닫지 않았던 사람이 이번에는 김지용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박 의원이 문제 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김 후보자가 채널A 검언유착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윤석열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보인 행보다. 다른 하나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검찰개혁의 방향 자체에 반하는 입장을 취해 온 인사라는 점이다. 앞의 것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직접 답해야 할 사안이다. 뒤의 것은 이력만 보아도 반박하기 어렵다.

 

현실론은 안다. 출범 초기의 수사 공백을 메워야 하고 검찰 출신 인력을 안정적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공백을 메우는 일과 상징을 정하는 일은 별개다. 실무형 차장은 둘 수 있어도 초대 청장은 한 번뿐이다. 이 사람이 무엇을 하느냐보다 이 사람이 거기 앉았다는 사실이 먼저 말을 한다. 검찰개혁의 상징이 검찰 출신이라는 말은 형용모순에 가깝다.

 

검찰의 안과 밖을 모두 아는 사람이 "이 사람은 안 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정파의 소음이 아니라 경고음이다. 그 소리를 귀찮은 잡음으로 치부하는 순간 개혁은 구호만 남는다. 형관은 사리사욕 없이 엄정해야 하고, 그 엄정함은 누가 앉았는가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다. 신뢰는 임명장으로 생기지 않는다. 박 의원이 제기한 문제는 단순히 몇 가지 의혹을 해명하고 넘어갈 사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드러난 여러 행적과 논란을 종합하면, 과연 검찰개혁의 상징인 중수청의 초대 수장을 맡을 자격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중수청은 이제 막 출범하는 조직이다.

 

첫 수장은 그 조직의 방향을 정하고, 국민에게 개혁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자리다.

그런 자리에 이렇게 많은 문제가 제기된 인사를 굳이 앉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개혁은 아무나 데려다 앉힌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개혁의 취지를 이해하고, 그 방향을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 첫 수장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해명이 아니라 자격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다.

 

Oktober와 Fest를 합친 말이 옥토버페스트다. 10월은 원래 축제의 달이고, 중수청 출범은 그 축제가 되어야 했다. 기어이 이 인사를 밀어붙이겠다니, 맥주잔을 들기도 전에 찬물부터 끼얹는 격이다. 구양수의 가을은 낙엽을 떨구며 해야 할 일을 했다. 이번 가을의 형관이 누구의 낙엽을 떨굴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작성 2026.10.02 07:37 수정 2026.10.0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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