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천안이 세계 각국의 춤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거대한 무대로 변신했다. 전통춤에서 K팝, 스트릿댄스와 브레이킹, 치어리딩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장르의 춤이 한 도시에서 펼쳐지면서 가을 천안에 말 그대로 ‘흥’이 터졌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춤 축제 가운데 하나인 ‘천안흥타령춤축제 2026’이 10월 1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 22회를 맞은 축제는 ‘All that Dance in Cheonan’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오는 5일까지 닷새간 이어진다. 천안종합운동장을 중심으로 신부동 도심과 천안삼거리공원까지 축제 공간을 넓혀 천안 곳곳에서 춤을 만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축제의 중심에는 ‘세계와 함께하는 춤’이 있다. 해외 24개국 무용단이 천안을 찾았고 국제춤대회를 비롯한 각종 경연과 공연을 통해 국가와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를 선보인다. 단순히 해외 공연단을 초청해 무대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외 춤꾼과 시민,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참여형 문화축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개막식부터 축제의 국제적인 성격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해외 무용단이 각국을 대표해 입장 퍼포먼스를 펼쳤고, 국내 대중문화와 춤을 결합한 공연이 뒤를 이으며 전통과 현대가 한 무대에서 만났다. 밤에는 대규모 드론 라이트쇼까지 더해져 천안의 가을밤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무엇보다 올해 축제는 ‘어떤 공연을 볼 수 있는가’를 넘어 ‘관람객이 어디에서 어떻게 축제에 참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축제장이 특정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도심과 공원으로 확장되면서 시민의 일상 공간 자체가 축제 무대로 변하는 방식이다.
K팝과 세계 전통춤의 만남…세대와 국경 넘은 무대
개막 무대에서는 춤이 가진 확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공연이 이어졌다. 해외 무용단의 국가별 입장 퍼포먼스에 이어 안무가 아이키, 효진초이, 리헤이 등이 참여해 세대별 K팝을 춤으로 재해석한 주제공연 ‘Timeless’를 선보였다.
대중음악 공연도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2AM, 빌리, 장한별, 인순이, 이승기 밴드 등이 무대에 올라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을 펼쳤다. 이어 약 1500대 규모의 드론이 밤하늘을 수놓는 라이트쇼가 펼쳐지면서 개막 첫날의 열기를 더했다.
이 같은 프로그램 구성은 흥타령춤축제가 전통적인 춤 경연에 머물지 않고 K팝과 스트릿댄스 등 현대 대중문화까지 끌어안는 방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계 각국의 전통과 문화가 담긴 춤과 한국 대중문화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은 K팝이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언어가 달라도 몸짓과 리듬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춤의 특성이 축제 전반을 관통한다. 특히 관람객 입장에서는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춤을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 전통춤을 보다가 K팝 안무를 만나고, 다시 스트릿댄스와 브레이킹 경연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세대별 취향을 아우르는 축제의 폭을 넓힌다.
천안흥타령춤축제가 지역의 전통적인 ‘흥’을 현대적인 춤 문화와 연결하면서 국제적인 문화교류의 장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부동 550m가 무대로…1500명이 만드는 거리의 춤판
올해 축제에서 특히 주목되는 공간은 천안 신부동 도심이다. 평소 시민들이 오가는 거리가 축제 기간에는 거대한 야외 공연장으로 변한다. 신부동 약 550m 구간에서는 40개 팀, 1500여 명이 참여하는 거리댄스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무대와 객석이 분명하게 구분된 일반적인 공연과 달리 참가자와 관람객이 같은 거리에서 축제 분위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거리 퍼레이드는 올해 축제가 지향하는 참여형 축제의 성격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관람객은 정해진 객석에서 공연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 춤과 음악을 접하면서 현장의 에너지를 체감하게 된다.
축제 공간을 도심으로 확장한 것은 지역과 축제를 연결한다는 의미도 있다. 대형 행사장 안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의 생활공간으로 축제가 들어오면서 도시 자체가 하나의 무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천안종합운동장과 신부동, 천안삼거리공원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을 연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각 공간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배치해 관람객이 도시를 이동하며 여러 형태의 춤과 문화를 경험하도록 했다.
이는 천안흥타령춤축제가 단순한 공연·경연 중심 행사를 넘어 도시형 문화축제로 발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시민에게는 익숙한 거리가 특별한 축제 공간으로 바뀌고, 외지 관광객에게는 춤을 매개로 천안 곳곳을 경험할 기회가 되는 셈이다.
브레이킹·치어리딩까지…삼거리공원으로 넓어진 글로벌 춤판
축제의 열기는 천안종합운동장과 신부동에 머물지 않는다. 3일부터는 천안삼거리공원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지면서 축제 무대가 더욱 넓어진다. 메인 행사장인 천안종합운동장에서는 24개국 25개 팀이 참가하는 국제춤대회가 진행된다. 국내 참가자들이 실력을 겨루는 전국춤경연대회 일반부와 청소년부 결선도 마련돼 국내외 춤꾼들의 경쟁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은 브레이킹과 스트릿댄스 콘텐츠도 축제의 주요 축이다. 세계 16개국 대표가 참여하는 ‘CIDC 브레이킹 월드 파이널’을 비롯해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스트릿댄스 팔도대항전’, 1대1 형식의 ‘CIDC 1on1 월드 파이널’ 등이 마련된다.
천안삼거리공원에서는 전통적인 지역문화와 현대 춤 콘텐츠의 결합도 시도한다. 해외 공연팀 퍼레이드와 이동형 마당극 ‘능소전’을 비롯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과 전국대학 치어리딩 대회 등이 이어진다.
실용무용콩쿠르와 볼룸댄스 그랑프리 등 새로운 경연 프로그램도 더해져 춤의 장르적 범위를 확대했다. 여기에 리듬게임과 EDM을 접목한 프로그램까지 마련되면서 춤과 음악, 디지털 놀이문화가 교차하는 축제로 콘텐츠 영역을 넓혔다.
전통춤부터 K팝, 브레이킹, 스트릿댄스, 치어리딩, 볼룸댄스까지 한 축제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천안흥타령춤축제가 가진 차별화 요소다. 특정 장르에 집중하기보다는 ‘춤’이라는 큰 틀 아래 서로 다른 문화와 세대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새간 춤추는 천안…지역축제에서 세계 문화교류의 장으로
천안흥타령춤축제 2026은 5일까지 계속된다. 축제 기간 종합운동장과 천안삼거리공원에서는 공연과 경연뿐 아니라 지역 농특산물과 먹거리를 만날 수 있는 공간도 운영된다. 여러 행사장으로 축제 공간이 넓어진 만큼 이동 편의 대책도 마련됐다. 전철역과 주요 축제장을 연결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돼 관람객들의 행사장 이동을 지원한다.
올해 축제의 변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규모 자체보다 축제를 경험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대형 행사장에 관람객을 모으는 대신 종합운동장과 도심, 공원을 연결하고 공연과 경연, 거리 퍼레이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곳곳에 배치했다.
이러한 공간 확장은 축제가 도시와 만나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축제를 보기 위해 특정 행사장을 방문하는 것을 넘어 천안이라는 도시를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축제 경험의 일부가 되는 구조다.
세계 각국에서 온 춤꾼에게 천안은 실력을 겨루고 문화를 알리는 국제적인 무대가 되고, 시민에게는 일상의 공간에서 세계의 춤을 접하는 기회가 된다. 관광객에게도 공연 관람과 지역문화 체험을 함께할 수 있는 가을 나들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
22번째 막을 올린 천안흥타령춤축제는 이제 ‘흥타령’이라는 지역적 정체성을 세계의 춤 문화와 연결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24개국의 춤과 K팝, 브레이킹, 거리 퍼레이드가 한데 어우러지는 닷새 동안 천안의 운동장과 거리, 공원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문 거대한 춤판으로 변한다.
국적도 장르도 세대도 다르지만 리듬이 시작되는 순간 몸짓은 하나의 언어가 된다. 올가을 천안에서 터진 ‘흥’이 단순한 축제의 열기를 넘어 세계인이 춤으로 만나고 소통하는 문화적 에너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