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부평의 도심 한복판이 꽹과리와 장구, 북소리가 어우러지는 거대한 풍물판으로 변한다. 올해로 30회를 맞은 부평풍물대축제가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신트리공원과 부평대로, 굴포천 등 부평구 일원에서 펼쳐진다. 2026년 축제의 주제는 ‘30년의 울림, 세계의 어울림’이다. 지난 30년 동안 주민과 함께 성장해 온 부평 풍물의 역사를 돌아보는 동시에 국내외 전통예술이 만나는 문화교류의 장으로 축제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첫날인 2일 신트리공원에서 시작된 축제는 3일과 4일 부평대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거리축제에 들어간다. 평소 차량이 오가는 8차선 도로가 시민과 풍물패, 예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대규모 공연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부평풍물대축제만의 특징이다.
부평 22개 동 풍물단 한자리에…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대동놀이
축제의 중심에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풍물이 있다. 부평지역 22개 동에서 활동하는 풍물단이 한자리에 모이고, 강릉농악과 임실필봉농악, 구미 무을농악 등 국내 여러 지역의 전통 농악도 부평에서 관객과 만난다.
특히 부평대로에서 펼쳐지는 대동풍물한마당은 공연자와 관람객의 경계를 허물며 거리 전체를 하나의 풍물판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무대 위 공연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이 도심 공간에서 전통 풍물의 장단과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축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가 풍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전국 대학생 풍물패가 참여하는 대학풍물열전을 비롯해 전통 풍물과 DJ 음악을 결합한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전통예술의 원형을 보여주는 공연과 현대적인 감각의 콘텐츠를 함께 배치해 세대별 관객이 자연스럽게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굴포천 일원에서는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풍물 공연뿐 아니라 거리와 수변 공간, 전시를 연결하면서 축제 공간을 부평 도심 곳곳으로 확장했다.
30년 맞아 세계와 장단 맞춘다…해외 민속예술과 만나는 부평
올해 축제에서 눈에 띄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국제교류의 확대다. 일본과 프랑스, 싱가포르 등의 공연팀을 비롯해 네팔과 미얀마의 민속예술단이 참여하면서 한국 풍물과 세계 각국의 전통문화가 한 공간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는 30주년을 기점으로 부평풍물대축제가 지역 중심의 전통문화 행사에서 국제적인 문화교류 축제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우리 풍물의 고유한 장단과 공동체 문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서로 다른 나라의 전통예술을 시민들이 가까이에서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부평은 산업화 과정에서 공장과 수출산업, 미군기지 등으로 대표되는 도시적 이미지를 형성해 왔지만 그 이면에는 오래된 농경문화와 공동체 풍물의 흔적도 남아 있다. 특히 삼산동 일대를 중심으로 전해진 두레농악의 전통과 산업화 이후 노동 현장에서 이어진 풍물문화는 오늘날 부평풍물대축제를 설명하는 중요한 역사적 배경이다.
부평풍물대축제가 단순히 공연팀을 초청해 보여주는 행사에 머물지 않고 주민 풍물단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역 주민이 직접 악기를 잡고 축제의 주체가 됐다는 점에서 부평의 도시문화와 공동체성이 축제의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작은 공원에서 시작한 풍물축제…30년 지나 대규모 거리축제로
부평풍물대축제의 출발점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역의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고민하던 과정에서 풍물을 중심으로 한 축제 구상이 나왔고, 신트리공원에서 첫 행사가 열렸다.
초기에는 대규모 풍물행렬을 구성할 인원이 충분하지 않아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 추진됐다. 각 동 주민들이 꽹과리와 장구, 북 등을 배우면서 주민 풍물단이 만들어졌고, 이들은 이후 부평풍물대축제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으로 성장했다.
축제는 여러 차례 위기도 겪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축제 개최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고, 이후 재정 여건이 악화되면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019년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우려로 행사가 취소됐고 코로나19 시기에는 대규모 거리축제를 열기 어려워 온라인 방식으로 명맥을 이어갔다.
부평대로에서 시민과 풍물패가 다시 만난 것은 2022년이었다. 거리축제가 재개되면서 도로 통제와 행사 운영체계 등을 다시 구축해야 했지만 시민들이 거리로 돌아오면서 축제도 활력을 되찾았다.
규모 역시 초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인천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통신사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2023년 축제 결과에서는 약 50만 명이 방문하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약 150억 원 규모로 추산된 바 있다. 부평풍물대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2026~2027 문화관광축제에도 이름을 올렸다.
다만 30년의 역사는 새로운 과제도 남겼다. 초창기부터 축제를 지켜온 풍물단원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세대의 참여 확대와 안정적인 연습 환경 조성, 지역 풍물단 운영 기반 강화 등이 지속가능성을 위한 과제로 거론된다.

스마트폰으로 공연 일정부터 체험장까지…축제 안내도 디지털 전환
30년 전 주민들이 직접 악기를 들고 시작한 풍물축제는 관람객을 안내하는 방식에서도 변화를 맞았다. 부평구는 2026 부평풍물대축제를 찾는 관람객이 행사 정보를 보다 쉽게 확인하도록 모바일 웹지도를 개편해 제공하고 있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접속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바일 웹지도에서는 축제장 위치와 무대별·시간별 행사 일정, 주요 편의시설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와 함께 축제를 찾는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해 체험행사장 관련 정보도 제공한다. 관람객은 부평구청 누리집에서 관련 메뉴를 찾아 접속하거나 축제 홍보물에 표시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웹지도를 이용할 수 있다. 부평구는 모바일 웹지도 이용 방법과 주요 행사 정보를 정리한 안내 자료도 마련했다.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대규모 거리축제에서는 원하는 프로그램의 위치와 시간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관람 동선에 영향을 미친다. 모바일 웹지도는 이러한 현장 정보를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에서 축제의 디지털 안내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30년의 울림에서 다음 세대의 장단으로
1997년 신트리공원의 지역축제로 출발했던 부평풍물대축제는 30년의 시간을 거치며 부평대로를 무대로 사용하는 대규모 거리축제로 성장했다. 주민들이 직접 악기를 들면서 시작된 동풍물단은 축제의 중요한 기반으로 남아 있고, 이제는 국내 전통 농악뿐 아니라 해외 민속예술까지 한자리에서 만나는 문화교류의 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30주년 축제가 던지는 화두는 단순히 지난 역사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축제를 지켜온 주민 풍물단의 전통을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갈 것인지, 부평만의 지역성을 유지하면서 세계 여러 문화와 어떻게 교류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차량이 오가던 8차선 부평대로가 사람과 장단으로 채워지는 풍경은 이 축제가 걸어온 변화를 상징한다. 작은 공원에서 시작된 풍물판은 30년 뒤 도시 한복판으로 무대를 넓혔고, 2026년 가을 다시 시민과 국내외 예술인이 함께 만드는 축제의 장을 펼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