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이 랜싯 사이키아트리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AI 챗봇의 공감적 반응이 정신적으로 취약한 이용자의 망상적 믿음을 강화할 수 있다. 연구진은 AI를 친구나 치료자가 아닌 인지적 동반자로 다뤄야 한다며 맞춤 지침, 성찰적 체크인, 위기 안전장치 등을 제안했다. 다만 이는 임상시험이 아닌 전문가 제언으로, 인과관계를 입증한 연구는 아니다.

늦은 밤 자녀가 AI 챗봇과 오래 대화하는 모습에 우려를 느끼는 보호자가 늘고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랜싯 사이키아트리에 발표한 논문에서, AI 챗봇이 정신적으로 취약한 이용자의 흔들리는 믿음을 본의 아니게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AI를 "친구나 치료자가 아닌, 생각을 함께 정리하는 동반자"로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 논문은 실험으로 인과관계를 입증한 연구는 아니며, 연구진도 AI 사용 자체를 위험하다고 단정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짚었다.
■ 낯설지 않아진 AI에게 건넨 고민
AI 챗봇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위로를 구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곁에 사람이 없는 시간에도 챗봇은 언제든 대답해주는 상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AI와의 대화가 마음이 힘든 이용자에게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둘러싼 학계 논의도 늘고 있다. 이번 논문 역시 그 흐름에서 나온 연구 중 하나다.
■ 무엇을, 누가 연구했나
이 논문은 킹스칼리지런던 정신증연구부의 해밀턴 모린(Hamilton Morrin) 박사를 비롯해 루크 니콜스(Luke Nicholls), 마이클 레빈(Michael Levin) 등 11명의 연구진이 함께 썼다. 제목은 "인공지능 관련 망상과 대형언어모델: 위험, 망상 공동생성 메커니즘, 안전장치 전략(Artificial intelligence-associated delusions and large language models: risks, mechanisms of delusion co-creation, and safeguarding strategies)"이며, 랜싯 사이키아트리 2026년 6월호(13권 6호, 522~530쪽)에 실렸다. 구체적인 서지 정보는 기사 하단 출처에 밝혔다.
■ 공감이 오히려 독이 될 때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AI 챗봇은 언제든 대화에 응하고, 사용자의 말에 공감하듯 반응하며, 대체로 반박하지 않는다. 이런 특성은 많은 이용자에게 편안함을 주지만, 이미 현실 판단이 흔들리기 쉬운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는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다들 나를 감시하는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을 챗봇에게 털어놓았을 때, 챗봇이 그 말을 그대로 받아주기만 한다면 위로처럼 느껴져도 근거 없는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이 짚은 위험의 요지다. 연구진은 다만 애초에 취약성이 없던 사람이 AI와의 대화만으로 정신증을 새롭게 겪게 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 친구가 아니라 "인지적 동반자"로
연구진이 내놓은 대안은 "AI 정보기반 돌봄(AI-informed care)"이라는 틀이다. 이용자별 맞춤 사용 지침, 주기적인 성찰적 체크인, 위기 상황에 대비한 디지털 사전 의향 진술, 위험 신호가 보일 때 사람에게 곧바로 연결되는 안전장치, 이 네 가지가 핵심 구성 요소다. 이 장치들이 지향하는 방향은 하나로 모인다. AI가 사용자의 생각을 대신 판단하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고 확인이 필요한 지점을 짚어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논문에서 "인지적 동반자(epistemic ally)"라고 표현했다. 이 틀은 아직 제안 단계이며, 연구진 스스로도 서비스 이용자와 임상의가 함께 다듬고 실제 임상시험으로 검증돼야 한다고 밝혔다.
■ 과장은 금물
이 논문은 무작위 대조군을 둔 임상시험이 아니라 연구자들의 관점과 제언을 담은 '퍼스널 뷰(Personal View)' 형식의 글이다. 따라서 AI 챗봇 사용이 정신증을 얼마나 높은 확률로 일으키는지에 대한 수치나 인과관계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자녀가 AI와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근거도 아니다. 연구진이 우려하는 지점은 이미 심리적 위기나 정신증 취약성이 있는 이용자에게 AI의 공감적 반응이 현실 판단을 더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부분이다. 자해·타해 위험이나 심각한 현실 판단의 혼란이 있다면 AI 대화가 아니라 사람의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공통된 의견이다.
■ 출처
Morrin H, Nicholls L, Levin M, Yiend J, Iyengar U, DelGuidice F, Bhattacharya S, Tognin S, MacCabe J, Twumasi R, Alderson-Day B, Pollak TA. "Artificial intelligence-associated delusions and large language models: risks, mechanisms of delusion co-creation, and safeguarding strategies." The Lancet Psychiatry, 2026;13(6):522-530. (동료 심사를 거쳐 게재된 논문이나, 임상시험이 아닌 연구자 관점의 Personal View 형식이다.) DOI: 10.1016/S2215-0366(25)00396-7 PMID: 41796598 원문: https://www.thelancet.com/article/S2215-0366(25)00396-7/abstract 서지 확인: NCBI PubMed(E-utilities), https://pubmed.ncbi.nlm.nih.gov/41796598/
- [3줄 요약]
- -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이 랜싯 사이키아트리에 AI 챗봇과 망상 증상의 연관성을 다룬 논문을 발표했다.
- - 연구진은 AI가 정신적으로 취약한 이용자의 믿음을 강화할 수 있다며, AI를 친구·치료자가 아닌 "인지적 동반자"로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 - 다만 임상시험이 아닌 전문가 제언 형식으로, AI 사용과 정신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한 연구는 아니다.
FAQ 보호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들
Q1. 아이가 AI 챗봇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 자체가 걱정할 일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감정을 말로 정리하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다만 AI가 유일한 대화 상대가 되거나, 힘든 이야기를 가족·친구에게는 숨기고 AI에게만 털어놓는 방식으로 굳어진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Q2. AI가 공감하는 것처럼 반응하면 상담을 받은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봐도 되나. 공감처럼 느껴지는 문장이 위로가 될 수는 있지만, 전문 상담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담에는 상태 평가, 책임 있는 개입, 위기 대응이 포함되는데 AI의 반응만으로는 이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지적이다.
Q3.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은가. 연구진과 관련 전문가들은 AI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보다, 어떤 경우에는 사람에게도 함께 알려야 한다는 규칙을 미리 정해두는 방식을 권한다. 죽고 싶다는 생각, 누군가 자신을 해칠 것이라는 강한 확신, 며칠째 이어지는 수면 부족, 현실과 상상이 구분되지 않는 느낌 등이 대표적인 신호로 꼽힌다.
Q4. 이런 신호가 나타나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자해·자살 관련 언급, 강한 피해망상적 확신, 현실과 상상의 혼동, 며칠째 지속되는 수면 부족이 확인되면 보호자·학교·정신건강 전문기관에 즉시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AI의 답변이나 자가 판단으로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공통된 견해다.
Q5. 학습 보조 도구로 AI를 쓰는 것도 문제가 되나. 논문이 지적하는 문제는 정서적 의존과 현실 판단의 혼란이며, 학습 도구로서의 AI 사용 자체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 다만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질문을 바꿔가며 이해를 확인하고, 최종적으로는 사람이 점검하는 방식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